정치 정치일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5·③) 정당서 100% 지원 받아 정당 입맛에 맞출수밖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03 18:04

수정 2015.11.03 18:04

정책연구소에 기업경영 마인드를 심어라
인력·조직운영 독립 안돼 선거전략 연구소로 전락
수입 루트 다원화 통해 재정자립도부터 높여야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5·③) 정당서 100% 지원 받아 정당 입맛에 맞출수밖에

정당의 효율성 제고와 정책 발굴기능의 제고를 위해 각 정당의 정책연구소도 변화해야 한다. 정당의 정책연구소는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에 설립과 재정지원을 규정하고 있지만 정책과제 발굴과 정당의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본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그러나 정당의 정책비전과 공약개발을 담당해야할 정책연구소는 전문성과 인력 부족으로 단기적인 선거전략을 준비하는 기능에 그치고 있다. 정책연구소의 본래 설립 목적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기업의 운영원리를 도입해 정당으로부터의 재정자립과 자율성을 높이는 것은 정책연구소의 기능강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꼽힌다.

■정당이 쥔 연구소 돈줄…정책기능 옥좨

정당정책연구소는 정당법에 따라 정당의 정책개발 및 연구활동을 담당하는, 중앙당 산하 별도법인의 법정기관이다.
국고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은 의무적으로 정책연구소를 설치·운영해야 하며, 국고보조금의 30% 이상을 연구소에 배분해야 한다.

현행법에는 독립법인으로 연구소를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당이 돈줄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과 조직운영의 독립운영을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전문인력의 부족은 연구소의 전문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고보조금 지급규정에 따라 여의도연구소(새누리당), 민주정책연구원(새정치민주연합), 진보정의연구소(진보정의당) 등 3개 정책연구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연구소들은 2014년도 기준 수입총액에서 정당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웃돌았다.

지출내역을 살펴보면 정책개발비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이며 2014년 기준 여의도연구소 84%, 민주정책연구원 62%, 진보정의연구소 5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역을 살펴보면 연구인력의 인건비를 정책개발비에 포함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정책연구과제가 1~2개월 이내의 단기과제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이 운영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니 장기적인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이정진 입법조사관은 "정책연구소의 설립취지는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을 바탕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정책공약을 제시함으로써 정책정당화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실상은 중앙당과 원내입법 활동의 보조적 역할 또는 선거 공약과 전략 방향성 제시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재정자립도 높여 교육·싱크탱크 기능 강화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연구소가 특정 정당에 소속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미국은 대부분 민간 기관으로 정당과 직접 연관성이 없고, 독일은 한국과 같이 국고 지원을 받는 정책연구기관이 있지만 정당으로부터 독립돼 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에는 2만개 이상의 정책연구기관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연구기관은 중장기 정책을 제안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에 집중하는 편이다.

이 중 브루킹스연구소와 헤리티지재단, 진보정책연구소 등은 정당과 밀접하게 연관돼 정치적 비전과 정책개발을 지원한다. 이들은 미국의 정책과 긴밀하게 연관된 주제를 연구해 정부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공공분야의 실용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특정 정당과의 이념적 친화성을 지녔어도, 재정과 조직 운영은 정당과 완전히 분리된 민간 싱크탱크다. 수입은 대부분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금으로 충당하며 국가나 정당의 직접 재정지원도 받지 않는다.

싱크탱크 역할을 강조한 미국과 달리 아데나워 재단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등 독일의 정책연구기관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시민교육기관 기능에 집중한다. 이들 역시 우리나라처럼 국가지원금을 받아 운영되지만 정당 소속이나 부설기관이 아니라 비영리 공익재단 성격을 가진다.

독일의 정치재단도 특정정당과 이념적 가치를 공유하고, 정당의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조직, 재정, 활동 등 대부분 정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돼 있다. 운영비는 국가 지원금에서 충당하고, 기업과 시민으로부터 기부금을 받거나 연구결과물을 판매하는 등 자체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연구소 운영에 정당 입김 막아야

국내 정당정책연구소의 기능회복을 위해선 먼저 재정자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재원에서 정당과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거나 연구소의 수입원을 다원화함으로써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것이다. 다만 연구소에 직접 지원할 경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재정 투명성을 점검해야 한다. 정책기관에 직접 국고지원을 하는 독일도 연방정부와 주회계청, 재무부, 기타 지원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해당 연구소에 대한 회계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 처럼 정책연구소에 후원회를 허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다만 법인·단체의 기부를 허용할 경우 대기업의 과도한 영향력, 여당에 대한 기부쏠림 현상, 정당의 정치자금 전용 가능성 등 부작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밖에 정당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 현역 의원의 연구소 최고책임자 취임 금지와 인사권 독립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상호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정당 연구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미국식인지, 독일식인지 어떤 모델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철학이 부족하다"면서 "개별적이고 임시방편적 처방이 아닌 제도적 측면의 중장기적 전망의 부재가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교수, 연구자, 활동가 등 전문가 집단이 특정 유력 정치인의 개인 자문이나 사조직 활동보다는 정당과 정책연구소 중심으로 연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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